우크라이나와 리비아의 비핵화 프로세스 (KBS 2007.01.14. 방송)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은 가능한가?
핵을 폐기한 우크라이나, 리비아의 핵폐기 협상과정을 전격 취재했다.

1. 리비아에 부는 개방화의 물결
"리비아의 발전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경제 발전으로 석유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석유로 인해 리비아 경제가 활성화되었고, 관광, 무역, 산업 서비스 등 향후 발전가능성이 큰 분야로까지 확산 발전되었다."
– 리비아 경제부 장관 인터뷰 중에서

2006년 12월, 취재진이 찾은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는 활기가 넘쳤다. 경기 호조로 시내 곳곳에서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있고 호텔과 거리 곳곳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량살상무기포기를 선언하고 서방에 문호를 연 리비아에는 개방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지난 3년동안 연 8.5%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개방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리비아. 친 서방정책으로 전환한지 3년만의 변화다. 핵과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국제 사회의 제재조치가 풀리면서 한때 "불량국가"로 불렸던 리비아는 지금 "산유부국"으로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2. "불량국가" 리비아,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오다.
2003년 12월 19일 리비아는 전격적으로 WMD(대량살상무기)포기를 선언했다. 이라크의 독재자인 후세인이 생포된 지 6일만이었다. 리비아가 WMD 포기의사를 미국에 처음 내비친 것 또한 이라크 침공 하루 전날이었다. 그래서 이는 미국이 이라크 침공에서 보여준 압도적 군사력의 결과로 보여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WMD 포기를 이끌어 낸 것은 99년 팬암기 폭파 테러 용의자 인도 협상에서부터 시작 된 외교적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리비아 내에서는 미국이 WMD를 빌미로 정권 교체를 꾀할지 모른다는 의혹이, 그리고 미 행정부 내에서는 불량국가 리비아와의 협상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양국은 경제제재 해제와 WMD 포기를 주고받으며 수십 년간 지속된 적대 관계를 마침내 청산했다.

3. 독립과 함께 핵 문제에 봉착한 우크라이나.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우크라이나. 구 소비에트 연방 해체와 함께 핵무기가 배치되었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네 공화국에게는 핵무기 처리가 남은 과제였다. 소련 붕괴 직후, 영토 안에 남겨진 핵미사일 176기와 핵탄두 1,800여 기로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3위의 핵보유국이 된 우크라이나. 미국과 러시아는 핵 확산을 우려하며 핵무기를 이관해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크림 반도와 흑해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안보불안감은 팽배해 있었다. 또한, 독립이전에 무상으로 공급받던 석유와 가스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대 러시아 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4. 우크라이나 핵 폐기, 어떻게 가능했나?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뢰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치는 다자간 국가 안보 보장입니다. 그리고 핵 폐기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도 이뤄져야 합니다."
– 즐렌코 당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인터뷰 중에서

불안한 안보와 경제 위기의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핵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핵 폐기 비용제공과 핵연료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는 미국이 제시한 선 핵폐기, 후 보상 원칙과 팽팽히 맞서는 것이었다.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은 93년 미 클린턴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지원의 제시로 실마리를 찾게 된다. 또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 5대 핵클럽이 함께 안전보장을 약속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안보위협 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협상은 핵 폐기와 경제적 보상이 함께 이루어지는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고, 96년 우크라이나는 최종 핵폐기에 도달하게 된다. 경제적 보상, 집단안전 보장을 핵무기와 맞교환하는 방식의 우크라이나 모델은 당시까지는 핵폐기 협상의 훌륭한 선례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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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매주 토요일 밤 10:30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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